국내 웹사이트 45%, AI 접근 막고 있다
400곳 점검 … 정보 제대로 내준 곳은 17%
국내 웹사이트 열 곳 가운데 네 곳 이상이 AI의 접근을 막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AI가 들어와 필요한 정보를 얻어간 비율은 17%에 그쳤다.
박세용 ASCENT AI 대표는 한국경제TV와 딜로이트 컨설팅이 함께 여는 마케팅 책임자 AI 실무 인증 과정 강의에서 국내 웹사이트 400여 곳을 자체 점검한 결과를 공개했다. 점검 대상의 45%는 AI가 사이트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아예 차단하고 있었다. 25곳은 들어오는 데는 성공했지만 필요한 정보를 찾지 못한 채 빠져나갔다.
점검 항목은 사람이 쓰는 기능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화면을 내려 내용을 읽을 수 있는지, 탭이 열리는지, 문의 양식을 채울 수 있는지를 하나씩 확인했다. 사람 눈에는 멀쩡해 보여도 기계가 움직이지 못하는 구조가 적지 않았다는 것이 박 대표의 설명이다.
막는 쪽과 팔아야 하는 쪽
차단은 이미 큰 플랫폼에서 먼저 시작됐다. 아마존에서는 소비자를 대신해 움직이는 AI가 처음에는 문제없이 쓰이다가 지금은 차단되거나 오류 화면으로 떨어진다. 구매가 끝까지 가지 않는다.
박 대표는 이 지점에서 입장이 갈린다고 지적했다. 플랫폼은 막을 이유가 있지만 그 플랫폼에 물건을 올린 브랜드는 팔리기를 바란다. 같은 차단이 누구에게는 보호이고 누구에게는 손실이 된다는 것이다.
국내 사정도 다르지 않다. 빅테크 기업들이 소비자를 대신해 상품을 고르고 결제까지 하는 서비스를 잇따라 내놓으면서, 그런 AI가 자사 웹사이트에 들어왔을 때 무엇을 보여줄 것인지가 눈앞의 문제가 됐다.
"IT 부서 일로 보이지만"
차단 설정과 사이트 구조는 기술 영역처럼 보인다. 그러나 박 대표는 이를 마케터가 챙겨야 할 영역으로 분류했다. 무엇을 열어두고 무엇을 닫을지는 결국 브랜드가 어떻게 발견되기를 바라는가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는 앞으로 1년 사이에 이 점검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웹사이트가 AI를 맞이할 준비가 돼 있는지 평가하고 점수를 매기는 작업이 이미 일부 기업에서 시작됐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로고가 아니라 좌표가 브랜드"
강의 말미에 박 대표가 꺼낸 말은 브랜드의 정의에 관한 것이었다. "AI가 나타나기 전에는 로고가 브랜드였다. 지금은 AI의 의미 공간에 있는 위치가 브랜드다."
눈에 보이는 표식이 아니라 기계가 우리 브랜드를 어떤 맥락 옆에 놓아두는가가 브랜드의 실체가 된다는 뜻이다. 그는 이 시기가 짧게 지나가고 내년부터는 AI 에이전트가 브랜드 경험을 좌우하는 단계로 넘어갈 것으로 전망했다.